내부 관계자 "ROTC 출신 상업은행파, 행장 연임 밀어"…한일은행파 볼멘 소리

이광구 우리은행장(사진).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6일 있었던 노조위원장 선거가 폭력 사태가 이광구 은행자아 취임 후 커진 은행 내 파벌 싸움으로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 사진=뉴스1
이광구 우리은행장 임기(12월31일​) 만료를 앞두고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파벌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상업은행 출신들이 이광구 은행장 연임을 위해 동분서주하면서 한일은행 출신들이 노골적으로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상업은행과 ROTC 출신들이 주요 요직을 차지하고 이광구 은행장 연임을 밀고 있다는 폭로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6일 발생한 우리은행 노조위원장 선고 폭력 사태도 은행 내부에 존재하는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 간 파벌 싸움이 원인으로 알려졌다.

6일 노조위원장 선거가 폭력 사태로 중단됐다. 선거관리위원회가 당일 본점 투표함을 보관 중인 상태에서 오후 1시쯤 개표 장소인 상암동 지점으로 운송한 것이 빌미가 됐다. 당시 청원경찰이 탑승하지 않았다. 투표함을 가지고 이동한 인원은 선관위 4명, 여직원 1명, 현 집행부 부위원장으로 알려졌다.

선관위에선 청경 근무 종료 시간이 맞지 않아 부득이하게 이동했다며 사과했다. 다른 후보 측에선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선관위 전원 사퇴와 박필준 후보 사퇴 등을 거론했다. 전국재투표도 주장했다.

재투표를 주장하는 후보 측에서는 박필준 후보측 인사인 현직부위원장이 선관위원 4명과 함께 본점 투표함을 수거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이에 상암동 지점에서 일부 후보가 불만을 제기하며 문을 부수고 의자를 던지는 등 폭력사태를 벌였다. 이에 경찰이 출동해 폭력 사태을 막는 혼란이 일어났다.

후보 간 싸움을 두고 우리은행에서는 은행 내부에선 옛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 간 파벌 싸움이라는 목소리가 짙다. 우리은행 노조위원장 후보에는 한일은행 출신의 김남걸·김민석·박필준·이상철·조경호 후보가 있다. 상업은행 출신에는 문병일 후보가 유일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번 노조위원장 후보로 나온 출신들 이력을 보면 폭력 사태를 이해하기 쉽다"며 "이광구 행장을 주축으로 한 상업은행 출신에는 문병일 후보가 유일하다. 그 외에 단합이 약한 한일은행 출신 후보가 박 후보를 비롯해 5명이나 나왔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번 폭력사태를 이슈화해 한일은행 출신에 대한 부정선거 이미지를 씌우기 위한 작업으로 보인다"며 "선거 후 오전(7일)에 전 은행원에게 부정선거 관련 문자가 왔다. 재선거를 치른다고 해도 한일 출신이 이미지 타격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표가 상업은행 출신인 문 후보로 몰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광구 취임 후 주요 요직에 상업 출신으로 채워

우리은행은 여러 은행 간 인수·합병으로 인해 조직원 사이에 파벌 갈등에서 오랫동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은행장과 부행장 사이의 불화, 직원 사이의 계파 싸움, 현 이광구 은행장 연임을 밀고 있는 은행 내 실세세력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은행 파벌 싸움은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으로 양분화 돼 있다.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은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부실금융기관으로 분류되며 정부에 의해 강제 합병됐다. 합병된 후 한빛은행으로 상호가 변경됐다. 2002년 현재 상호인 우리은행이 됐다.

양 은행 출신들이 벌이는 싸움은 합병 이후에도 계속됐다. 특히 이광구 행장 2014년 12월 행장에 오르면서 파벌 싸움은 커지기 시작했다. 우리은행장 자리는 상업, 한일은행 출신이 번갈아 가면서 맡는 것이 관례였다. 당시 이순우 행장이 상업은행 출신으로 한일 출신이 은행장에 오를 차례였다. 당시 이동건 수석부행장이 유일한 2인자이자 한일은행 출신이었다. 행장 자리에 오를 것으로 보였다. 또는 이순우 행장이 연임할 것이란 소문도 있었다. 이 관례를 깨고 이광구 행장이 갑작스럽게 선임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순우 행장 입장에선 뒤에서 칼 맞은 격이었다"며 "가장 아끼는 이광구 부행장이 갑자기 행장에 오를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행장 취임 후 은행 주요 요직에는 상업은행 출신들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일을 잘해도 소용없었다. 한일 출신이 일을 능력있다는 소문이 돌면 견제가 들어갔다. 인사철이 오면 수익이 안 나는 자리에 좌천되는 경우가 있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조직원 간 파벌 싸움이 상업은행 실세를 중심으로 커지는 분위기다. 상업은행 출신이자 ROTC 출신들이 주요 요직을 차지하고 이광구 은행장 연임을 밀고 있다는 지적이다. / 사진=뉴스1
우리은행 고위 임원 현황을 보면 23명 임원 중 이광구 행장을 포함한 11명이 상업은행 출신이다. 한일은행 출신 임원은 9명이다. 나머지는 옛 평화은행과 한국외환은행 출신이다.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으로 양분화 돼 있는 셈이다. 다만 행장, 개인·기관 고객, 부동산금융, 스마트금융, 여신지원, 중소기업, 경영기획, 고객정보 등 주요 요직 임원은 모두 상업은행 출신이 차지하고 있다. 인사 등 주요 요직도 상업은행 출신이 맡고 있다.

◇상업은행·ROTC 출신이 우리은행 '실세 중 실세'

우리은행에서 실세 중의 실세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업은행 출신이자 ROTC 군장교 출신이 은행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견고하게 세를 이루고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이광구 행장을 연임을 밀고 있다는 폭로가 나오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들이 우리은행 실세"라며 "행원들 사이에선 로열패밀리로 불린다. 은행 인사 등에 막강한 영향력일 끼치고 있다. 하다 못해 행원들이 '실세 지나간다'라는 말을 옆에서 할 정도"라고 말했다.

특히 상업은행 출신들이 주요 요직에 들어간 후 해외 지점 파견에도 눈독을 들인다는 지적도 있다. 7월 재무기획부 부장으로 승진한 한 인사는 부장 승진 5개월 만에 베트남 호치민 지점장으로 발령났다. 은행 관계자는 "자금을 주물렀던 인물이라 혜택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은행원들은 해외로 나가길 원하는 데 상업 출신들이 많이 노린다"고 말했다.

특히 상업은행 출신 부서장들이 형식을 벗어난 보고 체계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업은행 출신 부서장은 한일은행 출신 임원을 무시하고 은행장에게 직접 보고하는 일이 자연스럽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고를 건너뛰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 이대로 가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일은행 출신을 중간 임원 자리에 넣은 것은 은행 밖 시선 때문이다. 그래야 양 은행 출신 관계자가 형평성 있게 차지하고 있다고 볼 것이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이동건 그룹장은 이 행장 취임 후 2인자 자리에서 밀렸다. 이 행장은 지난해 12월 수석부행장 자리를 없앴다. 업무 연관성이 높은 부서를 묶어 3개 그룹을 분류했다. 그룹장이 3명이 생겨난 것이다. 2인자를 없애기 위한 방책이었다는 것이 은행 관계자 설명이다. 그룹장 3명 사이에 들어간 이동건 부행장은 결국 2인자들 끼리 견제하는 구조에 처했다는 것이 금융권 시각이다.

이 행장은 최근 이사회에서 "그룹장들을 평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이동건 부행장은 은행장 결정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사내이사끼리 평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이 부행장 의견이었다. 금융 관계자는 "2014년 은행 2인자였던 본인이 당시 하급자였던 이광구를 상급자로 모시는 껄끄러운 상황"이라며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의 뿌리 깊은 주도권 전쟁에서 밀리면서 결국 불만이 터져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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