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 사태로 디젤차 인기 시들해진 사이 일본산 가솔린·하이브리드차 판매 늘어

 

국내 수입자동차 시장에서 일본 브랜드가 쾌속 질주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독일 브랜드 그늘에 가려 아류취급을 받던 혼다, 토요타, 렉서스가 가솔린·하이브리드 모델을 앞세워 판매량을 늘려가고 있다. 아우디·폴크스바겐이 불러온 ‘디젤 게이트’ 역풍이 일본 자동차사에겐 ‘훈풍’이 되는 모습이다.


8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차 신규등록대수는 ▲메르세데스 벤츠 5724대 ▲BMW 5340대 ▲렉서스 1167대 ▲토요타 870대 ▲포드 853대 ▲미니 792대 ▲랜드로버 771대 ▲크라이슬러 601대 ▲닛산 594대 ▲혼다 528대 순으로 집계됐다.

판매량 기준 상위 10개 수입차 업체에 일본 자동차 브랜드 4개가 자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상위 10개 업체에 포함된 일본 자동차사는 렉서스(768대·6위) 뿐이었다.

일본 자동차 브랜드 판매량 상승은 비단 지난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올해 상·하반기 실적 모두 크게 뛰었다. 올해 10월까지 전년 대비 누적판매량 상승률은 혼다 48%, 인피니티 34.2%, 렉서스 32.7%, 토요타 16.5% 등이다. 경기불황 탓에 수입차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이뤄낸 결과다. 

 

닛산 중형 세단 알티마. 알티마 가솔린 모델은 전년 대비 판매량이 50% 이상 크게 늘었다. / 사진=한국닛산

 

불과 1년 만에 일본 수입차사 위상이 크게 뛴 데는, 아우디·폴크스바겐 몰락이 한몫했다.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사실이 불거진 이른바 ‘디젤 게이트’ 이후, 수입 디젤차 판매가 위축됐다. 이 덕에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주력으로 하는 일본 자동차 브랜드가 반시이익을 거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자동차 브랜드는 상승세를 내년까지 끌고 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혼다코리아는 라인업 확대를 검토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혼다코리아는 최근 중형 세단 ‘어코드 하이브리드’와 준중형 세단 ‘시빅’에 대한 배출가스 및 소음 인증을 마쳤다. ‘어코드 가솔린’ 모델에 쏠린 판매량을 분산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렉서스와 토요타는 하이브리드 시장 확대에 사활을 건다. 디젤차 인기가 하락세를 타고 있는만큼, 신차를 내세우기보다는 올해 효자모델로 자리매김한 중형 하이브리드 세단 ‘ES300h’와 ‘캠리 하이브리드’ 판촉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닛산은 가솔린 모델에 집중한다. 닛산 가솔린 모델 올해 누적 판매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50% 이상 늘었다. 성장세를 주도한 모델은 중형 세단 ‘알티마’다. 알티마는 올해 두 차례나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경신하는 등 고속 성장했다. 닛산은 알티마 2.5 SL 모델을 12월 한 달간 닛산 파이낸스를 통해 구매 시, 최대 24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폴크스바겐 사태로 이탈한 수입차 소비자들이 국산차로 넘어오기는 쉽지 않다. 결국 일본 자동차 브랜드들이 수혜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며 “친환경차 보급도 날로 확대되고 있는 만큼 하이브리드차에서 강점을 보이는 일본 자동차사에게는 성장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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