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45대 미국 대통령 취임…경제·산업·통상 정책 이끌 인물 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각) 취임했다. 전 세계 시장 참여자와 투자자들은 재무·예산·금융·산업·통상·노동 등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을 이끌 장관급 인사들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경기부양정책, 일자리 최우선정책, 보호무역주의 등 트럼프 행정부 핵심 정책을 이끌 인물 면면을 살피고자 한다.  [편집자주]

 

트럼프 경제팀은 출범하기 전부터 거번먼트삭스란 달갑지 않은 별명을 얻었다. 정부(government)와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합성어다. 그만큼 골드만삭스 등 월스트리트 출신 투자자와 억만장자들이 새 경제팀에 상당수 포진되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부터 월스트리트 금융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받아 왔다.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 윌버 로스 윌버로스컴퍼니 회장, 데이비드 말파스 베어스턴스 전 최고경영자 등이 대표 사례다. 그러다 보니 트럼프 행정부에 월스트리트 출신 투자가가 다수 포함될 것으로 일찌감치 예상됐다. 윌버 로스는 상무장관에 내정됐고 칼 아이칸은 규제개혁 특별자문관에 임명됐다. 

 

골드만삭스 출신 인사로는 재무장관 내정자 스티븐 므누신, 백악관 선임자문역 스티브 배너와 엔서니 스카라무치(스카이브리지캐피털 회장) 등이 눈에 띈다. 특히 스카라무치는 거버먼트삭스의 정점으로 꼽힌다. 그는 트럼프의 대선 선거자금을 총괄한 최측근이다.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행정부에선 대외연락 담당 총괄책임역을 맡는다. 

◇트럼프 경제부처 장관 내정자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월버 로스 상무장관, 앤드류 푸즈너 노동장관, 벤 카슨 주택·도시개발장관 내정자들은 트럼프 행정부 내 경제부처를 이끌며 트럼프 경제정책을 입안·집행한다.  

 

므누신 재무장관 내정자는 22세부터 17년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근무했다. 2004년 헤지펀드사 듄캐피털매니지먼트를 설립하기도 한 전형적인 투자운용 전문가다. 2005년부턴 대형 유통업체 시어스홀딩스의 이사직을 맡고 있다. 요즘엔 영화제작자로도 활약하고 있다. 

 

므누신은 경기부양정책에 소요될 예산을 마련하는데 총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국가 부채를 적정 수준에서 관리해야 한다. 가장 까다로운 과제는 달러화 가치 안정화다. 올해 미국 경제는 눈에 띄게 성장하고 기준금리도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달러화 가치는 14년 만에 가장 높게 고공행진하고 있다. 

 

지난 19일 므누신은 미국 상원 금융위원회가 여는 재무장관 인준청문회에 참석했다. 돌발변수가 불거지지 않는 한 무난하게 재무장관 인준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 내정자는 유력한 재무장관 후보였다. 그는 조지 더블유 부시 대통령 시절 재무부에서 근무했다. 특히 트럼프와는 인연이 깊다. 로스는 이번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 트럼프 경제공약을 지지하며 거액을 후원했다. 

 

특히 그는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 법인세 인하, 에너지 기업에 대한 규제완화를 주장해왔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 무역정책에 총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 공약인 보호무역주의와 중국에 대한 무역압박을 주도할 전망이다. 

 

주택·도시개발 장관으로 내정된 벤 카슨은 외과 의사 출신이다. 그는 공화당 대통령 후보 지명전에서 트럼프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카슨을 공공주택 공급을 책임지는 주택·도시개발 장관에 내정한 것은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카슨 장관 내정자는 민간 기업이 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민간 기업 대출상품으로 대체할 것을 제안했다. 이 제안은 장기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의 이자비용을 늘릴 것으로 전망돼 논란이 예상된다. 

 

앤드류 푸즈더 노동장관 내정자는 햄버거 패스트푸드 체인업체 CKE 대표 출신이다. 그는 기업법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한 인물로 유명하다. 이에 푸즈더 장관 내정자는 유통산업에 큰 영향력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업계는 신탁 규정(fiduciary rule)에 푸즈더의 입장을 궁금해 한다. 오는 4월 발효될 이 규정은 금융업 관계자들에게 더 엄격한 기준을 부과한다. 이 제도 시행으로 과도한 수수료를 줄여 중산층 투자자들에게 수만달러 절약효과가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각료들과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이 제도를 폐지하길 원한다.

◇보호무역주의로 무장한 무역 전쟁의 전사들 

 

초강경 보수성향 국장들이 트럼프 경제정책의 보호무역을 책임지게 됐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무역·산업정책국장에 피터 나바로를 지명했다. 예산관리국장직엔 미크 멀바니가 유력하다.  

 

캘리포니아대학 얼바인 캠퍼스 교수인 피터 나바로는 신설 국가무역위원회(National Trade Council) 수장이다. 국가무역위원회는 상무부와 미국무역대표부(USTR) 등을 총괄한다. 피터 나바로는 저서 ‘다가오는 중국 전쟁(The Coming China Wars)’과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날(Death by China)’에서 중국의 환율 조작과 불공정 무역 행위를 비판했다. 나바로는 무역·산업 정책 책임자로서 아시아, 특히 중국과 치열한 무역전쟁을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에는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 무역 관련 관료였던 로버트 라이시저가 내정됐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무역정책을 담당하는 대통령 직속기구다. 라이시저는 미국 무역대표부에서 부대표를 역임하며 양자무역협정에 참여했던 전문가다. 1980년대 이후엔 통상전문 변호사로 활동했다. 그는 보호무역주의자로서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라이시저 역할이 커지진 않을 듯하다.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상무장관이 무역정책을 총괄하며, 통상 정책을 진두지휘하는 국가무역위원회(NTC)가 신설됐다. 

 

예산관리국(OMB)은 믹 멀바니가 맡는다. 그는 트럼프 경제팀내에서도 초강경 보수 인사로 손꼽힌다. 그는 트럼프 내각의 예산관리국 국장직을 원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멀바니는 2010년 공화당 내 보수파 모임 ‘티파티’의 지원을 얻어 하원의원에 선출되었다. 

 

트럼프는 멀바니 의원을 “회계와 예산 분야에 탁월한 천재”라 밝혔다. 다만 다른 각료들과 의견 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예산 지출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과정에서 다른 부처 장관들과 마찰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 언론들은 멀바니가 트럼프 과다 지출을 견제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고 보도하고 있다. 트럼프는 인프라 투자를 비롯한 대규모 재정지출에 나서겠다고 공언해왔다.

◇규제 개혁 주도할 트럼프 최측근들

 

미국 증권거래위(SEC)는 미국 증권시장 감독하고 금융업계를 규제하는 기관이다. 이에 월스트리트 투자자들은 새 미국 증권거래위원장이 누가 될 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가 주목하는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에는 제이 클레이튼이 내정됐다. 그는 상장지수펀드 규제부터 기업공개 제도까지 모든 투자 영역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도드-프랭크법안을 철폐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법안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2008년 제2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 개혁한 금융시스템의 핵심이다. 또한 트럼프는 클레이튼에게 금융산업 일자리 창출을 할 것을 강조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에는 크리스토퍼 지안칼로가 유력한 후보다. 미국 상품 선물 거래 위원회 위원장은 미국 파생상품 시장을 감독한다. 지안칼로는 2014년부터 CFTC 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경제위기 이후 개혁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한 백서로 논쟁을 일으킨 바 있다.

 

규제개혁특별자문역에는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이 임명됐다. 아이칸은 앞으로 연방 공무원이 아니라 개인 자격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규제개혁 관련 정책을 자문한다.이에 이해충돌방지법(conflict of interest law)에 저촉되지 않는다. 개인투자 사업을 벌이는 아이칸이 연방공무원 자격으로 규제개혁 정책을 수행하면 불거질 수 있는 공정성 시비를 없애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앤서니 스카라무치는 헤지펀드업체 스카이브릿지캐피탈 창업주다. 그는 금융 사업가이자 작가로 유명하다. 폭스비즈니스네트워크에서 금요일 저녁마다 투자 분야 뉴스쇼 ‘월스트리트위크’를 진행하기도 한다. 

 

그는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대외연락총괄책임역을 맡는다. 수많은 기업인과 외국 정치인이 그와 만나기 위해 줄 서고 있다. 그는 17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트럼프 정권인수위원회 대표 자격으로 참석해 “경제 세계화는 미국 제조업 공백을 초래했고 미국 중산층과 노동자에게 피해를 준 만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