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젠가격 인상은 국내 업체에 호재…중국산 경유 유입은 악재

서울시내의 한 주유소 모습. / 사진=뉴스1
정유업계가 중국 정책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 정책에 따라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중국 영향으로 벤젠 가격 강세가 이어지며 실적 고공행진에 힘이 실리고 있는 반면, 중국산 경유의 국내 수입이 본격화 할 조짐이 나타나며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벤젠가격은 지난해 1월 톤당 549달러에서 12월 831달러까지 치솟았다. 올해 1월에는 900달러선까지 올랐다. 1년 새 60% 이상 오른 셈이다. 벤젠은 합성세제나 휘발유의 옥탄가를 높이는 첨가제의 원료로 사용되는 물질로, 화학제품인 스타이렌모너모(SM)의 원료가 된다.

벤젠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중국 정부의 ‘석탄 생산량 감소 정책’이 꼽힌다. 중국내 벤젠 설비의 약 40%는 석탄을 원료로 벤젠을 만든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석탄 채굴일수를 기존 330일에서 276일로 제한하고, 2020년까지 석탄 생산량을 10억 톤 감축하는 내용의 규제 방안을 내놓았다. 원료인 석탄 가격 상승이 제품인 벤젠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는 모양새다.

여기에 중국내 벤젠 재고율이 낮아 춘절을 앞두고 업체들이 물량 확보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이다. 아울러 중국내 SM 업체들이 신규 설비 가동에 들어가며 수요가 늘어난 것도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는 의견이다.

이에 나프타를 원료로 벤젠을 생산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현재 국내 정유사들의 연간 벤젠 생산능력은 SK이노베이션 164만5000톤, GS칼텍스 93만 톤, 에쓰오일 60만 톤, 현대오일뱅크 36만톤 등이다.

아울러 중국 정부가 ‘찻주전자 정유공장(Teapot Refinery)’으로 불리는 소규모 정유업체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도 국내 정유업체들에게는 호재다. 중국 정부는 일산 4만배럴 이하의 소규모 정유업체들을 올해 1분기부터 수출 쿼터 배정에서 배재했다.

지난해 중국내 소규모 정유업체들은 가동률을 높이고 국제 석유제품 시장에 물량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운송·운영 비용을 뺀 값)이 국내 정유사들의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진 3~5달러 선까지 축소되기도 했다. 이번에 중국 정부가 이들의 수출 쿼터 할당을 축소하면서, 정제마진이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중국산 경유의 국내 수입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정유업계의 긴장감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올해부터 자국에서 생산되는 경유의 품질 기준을 한국과 똑같은 수준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자국 생산 경유의 황 함유량 규제 기준을 50ppm 이하에서 10ppm 이하로 높인 것이다.

한국은 2009년부터 경유 황 함유량을 10ppm 이하로 규제하고 있다. 중국산 경유의 경우 지난해까지는 품질 기준을 맞추지 못해 한국 시장 수출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규제 강화를 통해 올해부터는 한국 시장 유입이 가능해졌다.

중국은 2012년 이후부터 석유제품 수출량을 꾸준히 늘려왔다. 지난해에는 수입량보다 수출량이 많은 순수출국으로 전환했다. 특히 정유업을 주요 수출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국내 정유업계도 안심할 순 없는 상황이다.

중국 내에서 경유 공급과잉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데다, 한중자유무역협정(FTA)으로 3%였던 석유제품 관세가 단계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보니 중국 정부가 저가 공세를 펼쳐 국내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중국과의 석유제품 수출 경쟁이 심화될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중국 정유산업의 구조적 변화와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국내 정유산업은 중국을 대체할 안정적 수요처를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석유제품 공급부족 국가인 인도네시아, 베트남과 정제설비 폐쇄로 공급부족이 예상되는 유럽지역으로 수출국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중국 정유산업이 품질 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추면 자국의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수출확대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로 인해 한국과의 수출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선 고품질 제품 개발 및 가격 경쟁력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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