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몰아주기 과징금 취소 등 소송서 승소…견제론 키우는 '역풍' 부를 가능성도

조형수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이 지난해 9월 12일 오전 서울 중구 CGV명동역 앞에서 멀티플렉스 3사 불공정행위 금지 촉구 1인시위를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국내 1, 2위 멀티플렉스인 CJ CGV(이하 CGV)와 롯데시네마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한 되치기에 결국 성공했다. 이들 업체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과징금‧시정명령 불복소송서 법원이 원고 손을 들어줘서다. 핵심은 ‘계열사 스크린 몰아주기’가 실제 눈에 띄게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데 있다.

최근 기자들 앞에 나서 스크린 몰아주기가 근거 없다고 강변한 서정 CGV 대표도 면이 서게 됐다. 조기대선을 앞두고 불고 있는 영화산업 프레임전쟁에서도 업계의 공세가 탄력을 받게 됐다. 다만 되레 시민단체와 야권을 중심으로 견제론이 비등할 가능성도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행정6부(이동원 부장판사)는 CGV, 롯데쇼핑이 “계열회사 차별취급행위와 할인권 발행 등 부당한 불이익 제공행위를 근거로 내려진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 명령을 취소하라”며 공정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15일 판결했다. 롯데시네마는 롯데쇼핑 내 사업본부로 속해 있다.

앞서 공정위는 2015년 3월 6일(롯데쇼핑)과 4월 24일(CGV) 전원회의 의결로 두 회사가 공히 공정거래법 23조 제1항 제1호, 제4호 등을 위반했다는 명목으로 시정명령과 과징금납부명령을 내렸었다. CGV는 31억 7700만원, 롯데쇼핑은 23억 6700만원을 부과 받았다. 따라서 법원 판결이 확정되면 공정위의 이 같은 명령도 모두 취소된다.

애초 공정위가 문제 삼은 건 이른바 계열회사 스크린 몰아주기와 할인권 발행이다. 공정위는 CGV가 2010년 9월부터 2014년 4월까지 그룹 내 계열사이자 영화투자배급업을 영위하는 CJ E&M이 공급한 영화 중 ‘광해, 왕이 된 남자’ 등 25편 영화에 대해 타 배급사 영화보다 유리하게 취급했다고 봤다.

또 공정위는 CGV가 2011년 1월부터 2014년 3월까지 직영관과 위탁관 중 일부서 인근 상권과 연계해 제공하는 할인권을 배급사와 사전협의 없이 발행한 점을 문제 삼았다.

롯데쇼핑에 대한 공정위 측 문제제기도 같은 선상에 자리한다. 공정위는 롯데쇼핑이 2011년 1월부터 2014년 4월까지 같은 사업부인 투자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 이외에 다른 배급사가 배급한 영화 79편에 대해 상영회차나 홍보 등에서 차별적으로 대했다고 봤다.

또 공정위는 롯데쇼핑이 2010년 1월부터 2014년 3월까지 배급사와 사전 협의 없이 배급사에 지급되는 부금을 감소시키는 상영관 자체 할인권을 총 약 225억 원 상당을 발행했다고 문제 삼았다.

법원이 15일 원고 측(CGV, 롯데쇼핑) 손을 들어주면서 내세운 판결의 근거는 업계 논리를 대부분 받아들인 뉘앙스가 짙다.

법원 측은 “(CGV와 롯데쇼핑 모두) 현저한 차별행위를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상영업자들은 작품성, 흥행도, 유사작품 실적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회차 등을 편성한다. 상영업자마가 중시하는 고려 요소나 흥행요소에 대한 평가가 다를 수 있다. 이에 대한 고려 없이 단순히 메가박스 등이 편성한 회차와의 차이를 근거로 같은 계열사에 현저히 유리하게 대우했다고 판단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지난 설 연휴기간 한 서울시내 대형 멀티플렉스의 모습. / 사진=뉴스1

특히 법원은 CGV의 예를 들면서 CJ E&M이 문제가 된 기간에 배급한 영화 145편 중 25편만 추출해 차별행위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건 오류를 수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반기간 사영한 영화를 전수조사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사실상 스크린 몰아주기의 의혹을 받는 영화가 이른바 ‘텐트폴’(주력영화) 영화 등임을 고려하면 이 같은 법원의 판단 자체가 무리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어쨌든 이 같은 시각은 최근 서정 CGV 대표가 기자들 앞에서 내놓은 논리와 유사하다.

서 대표는 8일 열린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에서 “계열사 영화 밀어주기? 매년 나오는 얘기다. 그런 의심이 있어왔다. 진실에 근접한 얘기일까? 지난해 흥행작 중 CJ E&M이 배급한 영화는 인천상륙작전 하나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는 덕혜옹주 뿐이다. 반면 (극장을 보유하지 않은) 쇼박스 영화가 눈에 띄게 많았다”고 말했다.

이날 서 대표는 이른바 ‘시장논리론’도 내세웠었다. 그는 “고객이 선호하는 영화에 대한 스크린 배정과 선호도가 떨어지는 영화에 대한 스크린 축소는 시장논리이자 경제논리”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까지 극장에 일방적인 불편함을 요구하는 건 맞지 않다”고 강변했었다.

법원이 내놓은 판단의 근거도 이와 다르지 않다. 법원 측은 “설령 CGV가 CJ E&M이 배급한 영화 상영회차 등에 높은 비중을 둔 사정이 일부 보이더라도 회차, 규모, 편성 경위, 실제 흥행실적에 따른 CGV 등의 대응 내역 등에 비춰보면 CGV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이를 가리켜 계열회사를 유리하게 하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 역시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논란의 여지가 있다. 지난해 한 영화의 스크린 몰아주기 이슈가 불거질 당시 기자와 통화한 한 영화제작자는 “CGV도 자기 회사 매출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정말 (작품성이) 떨어지는 영화를 받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이 인사는 “다 돈 벌려고 뛰어든 관계자들인데 상황에 따라 독과점 논란을 일으킬만한 스크린 배정이 나타나는 건 사실이지 않나”라며 “특정 기업보다는 독과점 체제를 문제삼는 게 필요하다” 밝혔었다. 즉 CGV나 롯데시네마가 계열회사를 노골적으로 밀어주는 일은 없다고 하면서도 스크린 몰아주기 자체가 한국영화계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인정한 셈이다.

일단 법원이 CGV와 롯데시네마의 논리를 상당수 받아들이면서 최근 불거지고 있는 영화산업 프레임전쟁에서도 업계의 면이 서게 됐다. 지난해 가을부터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등 야권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개정안 발의를 통해 CJ와 롯데 등을 향한 압박강도를 높이고 있다.

다만 법원이 업계 논리를 대부분 받아들이면서 되레 쟁점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참여연대와 민변 등은 법원에 CGV의 상영 전 광고가 표시광고법 위반에 해당한다면 부당이득반환 및 위자료청구 소송을 냈었다. 이에 대해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지난해 12월 16일 원고주장을 기각했다.

이후 참여연대는 법원 측 논리를 일일이 지적하는 강한 어조의 논평을 내고 대법원 상고계획도 밝혔었다. 이번 판결에 대한 시민사회 반발이 높아질 가능성을 예측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상영업과 투자배급업 분리가 주된 골자인 규제안을 국회에 제출해놓은 야당도 적극 나설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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