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EU 힘겨루기속 구제금융 협상 난항…유로존 주요국 잇단 선거일정도 걸림돌

그리스 아테네에 게양된 그리스 국기와 EU기 / 사진=뉴스1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이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 유럽발 불확실성이 다시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럽 현지 언론에서는 오는 20일로 예정된 유럽 재정장관회의에서 구제금융 협상이 지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유럽연합(EU) 관계자들은 그리스에 대한 추가 채무경감 등 구제금융 프로그램 협상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오는 20일 관계장관회의에서 협상이 타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달 이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관측이다. 

 

그리스 국채는 올해 대규모로 만기가 예정된 가운데 파산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올해 채권 원금과 이자 등을 합친 금액은 250억 유로(약 30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7월에만 90억 유로(약11조원)의 자금을 상환해야 한다.

 

그리스의 디폴트 위험이 부각되면서 유로존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현재 그리스 추가 지원을 놓고 논의 중이다. 그러나 유로존 내부에서 그리스의 채무불이행이 반복되는 점에 지적이 나오고 있고 IMF 역시 회의적이란 평가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지난주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그리스가 채무조정을 원하면 유로존을 떠나야 할 것"이라며 "독일에서 그리스 구제금융 지지를 유지하려면 IMF의 완전한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유로존 주요국들이 올해 대선과 총선이 진행된다는 점도 부담이다. 유로존에서는 3월 네덜란드 총선을 시작으로 4월 프랑스 대선과 9월 독일 총선을 앞두고 있다. 더구나 유로존 내 자국 우선주의가 부각되고 있어 그리스 구제금융을 이끌 동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김영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시점에서 그리스 구제금융을 둘러싼 노이즈가 커진 이유는 펀더멘탈 이상으로 정치적 이슈가 연관돼 있기 때문"이라며 "EU 주요국은 올해 선거를 앞두고 정권의 연속성이 위협받고 있어 구제금융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IMF의 반응도 적극적이지 않다. 일단 그리스의 재정수지 목표에 회의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IMF는 연간 보고서에서 그리스의 채무는 지속가능하지 않고 결국 폭발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리스의 정부부채 규모는 GDP 대비 180% 수준이다. 이 때문에 IMF는 EU가 그리스의 부채 탕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EU는 더 이상의 탕감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권희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IMF와 EU의 입장이 대립하고 있어 그리스 구제금융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며 "IMF와 EU가 합의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유럽 주요국의 선거 일정을 고려하면 그리스 지원 논의는 9월이후에야 완료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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