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환율조작국 지정·트럼프 정책 등 변수 커져…국내선 오너리스크·지정학적 불안 여전

한국 증시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 회복 분위기와 맞물려 박스권(지수가 일정한 범위 안에서만 오르내리는 현상) 탈출 기대감이 나왔지만 여전히 대내외 불확실성이 증시를 여전히 압박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미국의 3월 기준 금리 인상 불투명 등이 투심을 약화시키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오너리스크, 정치적 불확실성 등이 불안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지루한 박스권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달 11일 전날보다 1.47% 오른 2075.27을 기록하면서 올해 처음으로 2070선 고지를 점령했다. 글로벌 경제와 국내 수출 산업 회복 움직임이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이후 25거래일째 2060~2090선을 오락내리락하고 있다. 2090선도 모두 장중에 나온 것으로 좀 올랐다 싶으면 바로 내리는 모습이다. 이달 17일 역시 2080.58로 박스권 안에서 장이 마감됐다.

이처럼 코스피가 박스권에 갖힌 이유는 미국발 불안 요소 탓으로 분석된다. KTB투자증권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재정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수 상승 움직임을 제한한 것으로 분석했다. 트럼프 정책의 경우 투자자뿐만 아니라 트럼프 정부도 자신들의 정책 타이밍과 실효성에 대해 확실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특히 시장이 기대하고 있는 감세와 인프라 투자 정책 집행 시점이 지연되고 있는 점도 지수 상승 제한 요소로 꼽힌다.

3월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 불투명성도 여전하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의사회 의장은 지난 14일(이하 현지 시각) 상원에서 “물가 상승률, 고용 등 주요 경제 지표 개선이 이어지면 연방기금 금리의 추가 조정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을 들은 시장 참여자들은 3월 미국 기준 금리 인상 가능성을 한층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15일 하원에서 집권당인 공화당이 옐런 통화 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3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후퇴시켰다. 이후 시카고상품거래소(CME)그룹이 미국 연방기금금리 선물 가격을 바탕으로 산출한 3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17일 기준 17.7%로 전날 31.0%보다 크게 낮아졌다.

한국 증시 참여자들은 미국의 한국 환율조작국 지정에 따른 불이익 가능성도 불안해 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대미 무역흑자가 200억달러 이상이고 ▲해당국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이며 ▲해당국 통화가치 상승을 막기 위한 일방적이고 반복적인 외환시장 개입을 환율 조작국 근거로 삼았다. 이중 한국은 지난해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7% 수준으로 3%를 넘어선다.

대내적으로도 불안 요소가 존재한다. 1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코스피 시가총액 22%를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흔들릴 여지가 생겼다. 더불어 특별검사팀의 칼날이 다른 그룹으로도 향할 수 있어 오너리스크 문제가 국내 증시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오너리스크가 외국인 투자자 차익실현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은 국내 증시에 부정적 요인이다. 다만 반도체를 비롯해 국내 수출 산업이 살아나고 있어 오너 리스크가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는 견해가 더 우세하다.

국내외 정치적인 불확실성도 축소되지 않고 있다. 탄핵 정국이 길어지면서 결과 시점이 전문가 의견마다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여기에 한반도를 둘러싼 북한 미사일 문제, 김정남 피살 사건 등 지정학적 불안감도 조성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성이 생겼다”고 말하지만 3월초 한미연합훈련 즈음에 북한 도발이 일어났다는 것을 감안하면 불안 심리가 언제든지 확대될 수 있다.

김지형 한양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내 증시는 호재와 악재가 혼재돼 있는 상태로 내재적인 방향성이 잡혀있지 않다”며 “다만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기초 체력은 괜찮은 편이다. 이에 따라 하방경직성도 견고하다. 투자자들은 조정시 저가 매수 전략이나 1분기 실적 추정이 나오는 3월 업종별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내 증시가 불확실성 확대로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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