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취약’ 만회 전략 짜…다양성·참신성 무기로 신작 개발 나서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대표. / 이미지=김태길 디자이너
국내 게임업계를 이끄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넥슨·넷마블게임즈·엔씨소프트가 있다. 이들 세 기업은 일명 ‘빅3’로 불리며, 게임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들 빅3는 2017년에도 각기 다른 전략으로 게임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총 3편에 걸쳐 그들의 전략을 분석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넥슨은 명실상부한 국내 1위 게임업체다. 특히 그동안 PC 온라인게임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는 모바일게임 시장 진출에도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넥슨은 올해 모바일과 PC 두 분야를 동시에 육성하는 투트랙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예상보다 부진했던 모바일 성적은 해결 과제다.

넥슨은 지난해 연간 매출 1831억2800만엔(1조9358억원), 영업이익 406억6100만엔(4298억원), 순이익 201억3300만엔(2128억원)을 기록했다. 엔화 기준으로 매출은 전년(2015년)보다 4% 줄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5%와 63% 하락했다.

넥슨측은 일본 엔화의 환율 요인과 2012년 10월 인수한 일본 모바일 게임사 '글룹스'의 손상차손이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손상차손은 인수 회사의 실제 가치가 사업 부진 등으로 장부가보다 낮아질 때 그 차액을 손실로 처리하는 것을 뜻한다.

앞서 게임업계는 넥슨의 연매출 2조원 달성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었다. 기존 PC 온라인게임들이 흥행을 이어 갔고, 모바일게임 출시로 새로운 매출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회사 부진으로 인해 2조원 벽앞에서 좌절하고 말았다. 여기에 일각에서는 기대에 못미쳤던 넥슨 모바일게임들의 성적 부진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넥슨의 모바일 도전, 전반전 성적은 ‘부진’

넥슨은 그동안 PC 온라인게임 회사의 대표주자였다. 바람의나라를 시작으로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등 수많은 인기 온라인게임을 배출했다.

그러나 2012년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게임 시장의 주류로 편승한 모바일게임 시장에는 성공적으로 적응하지 못했다. 기존 PC 온라인게임 성공에 도취됐던 탓일까. 모바일게임 시장에선 저력을 보이지 못했다. 그러다 2015년 11월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 히트를 흥행시키며 어느정도 체면치레를 하게 된다.

하지만 히트 성공 이후 도미네이션즈, 슈퍼판타지워, 메달마스터즈 등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출시했지만 큰 재미를 보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넥슨은 기존 인기 온라인게임 지적재산권(IP)을 이용한 모바일게임 개발에 주목, 지난해 하반기 부터는 인기 IP를 이용한 모바일게임 출시에 열을 올렸다.

넥슨은 이후 대표 IP인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등을 이용해 메이플스토리M, 던전앤파이터:혼 등 여러 모바일게임을 출시했다. 그러나 이들 게임 역시 초창기 큰 인기를 끌었으나 이후 장기적인 인기를 끄는데는 실패하고 만다. 특히 메이플스토리M과 던전앤파이터:혼의 실패는 넥슨에게 치명적이다.

경쟁사인 넷마블·엔씨소프트 연합이 리니지 IP를 내세워 모바일시장에 파란을 불러 일으킨 것과 크게 비교되는 상황이다. 17일 기준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과 엔씨의 리니지 레드나이츠는 각각 애플 앱스토어 최고 매출 1위와 12위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넥슨의 던전앤파이터:혼은 48위를, 메이플스토리M은 29위를 차지하고 있다.

◇모바일 도전 후반전 시작, 참신함과 다양성으로 승부

넥슨은 올해도 다양한 모바일게임을 출시할 예정이다. 다만 당분간 매출보다는 도전의식에 초점을 맞추겠단 포부다. 넥슨의 모바일게임 서비스 전략은 참신함과 다양성으로 요약된다. 액션 RPG 뿐만 아니라 아케이드 액션, 퍼즐 액션 등 장르도 다양하다.

네오플이 개발하고 넥슨M이 이달 초 글로벌 구글·애플 마켓에 출시한 모바일게임 이블팩토리가 대표적이다. 이블팩토리는 클래식 아케이드게임에서 영감을 얻어 기존의 대작 모바일게임들과 다른 독특한 게임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모든 전투가 1:1 ‘보스전’으로만 구성돼 있어 오락실에서 적의 패턴을 공략하며 즐기던 향수를 자극한다. 80년대 레트로풍의 픽셀 그래픽과 모바일 환경에 맞춘 세로형 진행 방식이 특징이다.

넥슨이 자체 개발 중인 레고 퀘스트앤콜렉트도 상반기 기대작 가운데 하나다. 넥슨이 TT Games 및 레고 그룹과 파트너십을 통해 개발 중인 이 게임은 레고 시리즈의 IP를 활용한 모바일 수집형 RPG다. 언리얼4 엔진을 사용해 레고 특유의 유쾌한 캐릭터와 세계관을 실감나게 표현했으며 레고 건축물 등으로 구성된 디오라마(모형) 콜렉션 등 독특한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데브캣 스튜디오에서 개발 중인 모바일 퍼즐액션게임 ‘로드러너 원’도 주목할 만하다. 상반기 서비스 예정인 이 게임은 퍼즐액션게임의 고전인 '로드러너‘(Lode Runner, 1983)를 공식 리메이크한 모바일게임이다. 원작의 규칙을 그대로 계승하는 한편 퍼즐액션게임 본연의 재미를 모바일 기기에서 즐길 수 있도록 현대적으로 재구성 했다.

이밖에 야생의 땅 듀랑고 등도 올해 기대작 중 하나로 꼽힌다. 듀랑고는 모바일 오픈월드 MMORPG다. 알 수 없는 사고로 공룡 시대로 워프했다는 설정을 통해 다른 플레이어들과 가상 사회를 만드는 게임이다. 생존, 탐험, 사냥, 사회 건설 등 기존 수집‧육성형 모바일 게임에서는 만나기 힘든 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다.

◇PC 온라인게임에서도 다양성 도전

넥슨은 PC 온라인게임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다른 경쟁사들이 모바일게임 개발에 주로 집중하는 것과는 차별화된 전략이다. 여기에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장르의 온라인게임을 개발하며, 다양성에 대한 도전을 하고 있다.

넥슨이 개발 및 퍼블리싱 준비중인 신작 온라인게임은 ▲니드포스피드 엣지(개발사 스피어헤드) 천애명월도(텐센트) 아스텔리아(스튜디오8) 로브레이커즈(보스키 프로덕션) 페리아연대기(넥슨 띵소프트) 프로젝트 메타(가제, 넥슨) 타이탄폴 온라인(넥슨지티) 공각기동대(넥슨 네오플) 등으로 다양하다.
니드포스피드 엣지. / 사진=넥슨

또 개발 중인 게임 대부분이 현재 주류를 이루고 있는 RPG 장르와는 거리가 멀다. 최근 마지막 테스트를 시작한 니드포스피드 엣지는 온라인 레이싱 게임으로, 유명한 IP인 니드포스피드를 PC버전으로 옮겨 온 것이다.

니드포스피드는 전 세계에서 흥행한 인기 레이싱 게임이다. 해당 시리즈는 1994년에 PC게임으로 처음 등장한 이래 십수개의 시리즈가 꾸준히 출시되며 그 입지를 다져 왔다. 지난해 11월 지스타 2016에서도 관람객들의 높은 호응을 이끌어 냈다.

MMORPG 천애명월도는 중국에서 드라마로 제작됐던 고룡의 무협소설 천애명월도의 방대한 스토리를 담고 있다. 영화를 방불케 하는 화려한 전투 시스템과 하늘을 누비는 대경공 등 중압감 있는 액션성과 함께 사실적인 배경 구현과 날씨 묘사를 통한 최적화된 그래픽 등이 특징이다.

1인칭슈팅(FPS) 게임 로브레이커즈는 ‘셰터링’이라 불리는 대재앙 이후 비정상적인 중력 상태가 된 지구에서 법을 수호하는 집단 ‘로’와 범죄자 집단 ‘브레이커즈’가 무중력 환경에서 격돌하는 전방위 전투를 그리고 있다. 각기 다른 스킬과 무기를 가진 다양한 미래 지향적 캐릭터들과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5대5 팀 대전 방식이다. 최근 오버워치의 대항마로 떠오르며, 유저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MMORPG 페리아연대기도 넥슨이 준비중인 개성넘치는 게임이다. 셀 애니메이션 같은 정감 있는 그래픽과 높은 자유도가 특징이다. 꿈과 현실이 뒤섞인 세계 ‘페리아’에서 플레이어는 모든 환경요소를 변형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상하는 모든 것을 원하는 형태로 창조하고 변형시킬 수 있다. 아울러 이를 다른 플레이어들과 공유하고 함께 즐길 수 있다.

전문가들은 넥슨의 도전정신에 높은 점수를 준다. 다만 지나친 개성은 유저들에게 외면받을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난해 넥슨이 출시한 일부 모바일게임은 기존 모바일 트렌드와는 확연히 다른 개성 넘치는 도전작이었다. 출시 초기에는 특이함을 무기로 잠깐 주목받았지만 이내 유저들에게 잊혀지고 말았다. 참신함이 대중성과 반드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교훈이다.

이후에도 넥슨은 자사가 보유한 주요 IP 활용 모바일게임을 쏟아내며 유저 잡기에 사활을 걸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결과는 기대치에 못치지 못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넥슨의 자만심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업계 1위라는 자부심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PC 온라인시장과 모바일시장은 확연히 다른 만큼 더욱더 철저한 분석이 필요했다는 의견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넥슨은 당분간 참신함과 다양성을 무기로 PC 온라인시장과 모바일시장에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경쟁사들이 철저히 매출 위주로 게임을 출시하는 것과는 다른 행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넥슨의 다양한 도전은 긍정적으로 지켜보고 있다”며 “어느 정도 매출이 보장되는 업계 1위이기에 가능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지금까지의 신작들을 살펴보면, 시도 자체는 좋았으나 대중성과 매출 부분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며 “신작 게임 기획에 앞서 철저한 유저 취향 분석이 수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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