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공사 금융조달 중요성 커져…활로 넓히기 정부도 관심을

 

“더이상 건설사가 자체 자금이나 은행 대출만으로 공사를 진행하긴 어렵다. 대형 공사가 늘어남에 따라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규모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재무적 투자자(FI)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한 건설사 연구원이 분석한 최근 건설업계 흐름이다.

시공사의 자금조달 역량이 진정으로 필요한 곳은 따로 있다. 해외발주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최근 개발도상국들을 중심으로 사회간접자본(SOC) 발주가 늘고 있다. 이때 대다수 발주처가 계약조건에 시공사 금융을 명시하는 경우가 대세로 부상하는 상황이다. 정부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건설사들은 시공사 금융을 통해 여러 대형 프로젝트를 쓸어 담았다. 대림산업과 SK건설 컨소시엄이 연초 터키에서 수주한 세계 최장 현수교인 ‘터키 차나칼레 현수교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수출신용기관(ECA)인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가 관심 서한 발급을 지원한 바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연초 수주한 ‘사우스파12 2단계 확장공사’에서도 수주액의 80%를 ECA가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건설에서 ECA 및 국내 금융권의 역할이 중요해진 대목이다.

하지만 여전히 업계는 금융조달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민간, 공공 금융기관이 투자금 회수 어려움을 이유로 금융지원에 소극적이란 지적이다. 민간 및 공공 금융기관 모두 수익성을 의식할 수 밖에 없다. 이에 정치적 불확실성이 큰 국가의 공사에 적극적으로 자금지원에 나서지 못한다고 업계는 바라본다.

문제는 그나마 건설업계가 등을 비빌 수 있는 공공 금융기관도 해외건설 지원에 소극적인 부분이다.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실패 이후 ECA들이 금융지원에 소극적이게 됐다고 업계는 토로하고 있다. ECA가 비용회수 실패 시 업계와의 유착의혹 제기, 수익성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을 회피하는 목적이다. 설상가상으로 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지원 문제로 해외건설 대한 금융지원을 축소하는 상황이다

외부 환경변화도 ECA가 지원하는 금융조달책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한중 갈등으로 중국 ECA(중국무역보험공사 등) 접근책이 차단되고 있다는 우려가 건설업계에서 들려오고 있다. 이에 더해 오는 2018년 도입되는 새 회계기준인 IFRS9으로 시중 은행권은 충당금 부담이 커질 예정이다. 민간 금융권은 물론 ECA의 해외건설 지원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결국 정부가 나서야 하는 대목이다. 민간은 차치하고 ECA만이라도 해외건설 지원책을 확대한는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10년 새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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