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보다 상환 금액 많아 투자심리 위축 반영…단기 차입금 늘어 상환부담은 여전

지난해 기업의 금융자금 운용 상황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부채 감축 노력에 전체적인 자금 조달이 줄면서 1972년 이후 순자금조달 규모가 최저치를 기록했다. 다만 단기 차입금은 증가해 기업들의 상환 부담은 여전한 모습이었다.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중 자금순환’에 따르면 지난해 비금융법인기업 순자금조달 규모는 9860억원으로 전년 11조4510억원에서 10조4650억원 가량 줄었다. 순자금조달 규모가 1조원에도 미치지 못한 건 1972년 5440억원 이후 처음이다. 순자금조달은 자금운용에서 자금 조달을 뺀 값으로 이 값이 음(-)수 일 때를 말한다.

지난해 비금융법인기업의 자금 조달액은 81조6000억원 수준이었다. 2014년 120조1000억원, 2015년 111조6000억원에서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금융 기관에서 자금을 빌리는 간접금융 부문이 2015년 76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56조1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세부적으로는 장기차입금이 2015년 72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39조8000억원으로 줄어든 영향이 컸다.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직접금융 부문에서는 채권 발행액은 되레 순상환액이 많아지면서 2015년 -5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18조8000억원으로 나타났다. 다만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에서 2015년 21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35조2000억원 늘었고 해외를 통해서도 2015년 1조2000억원에서 10조2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기업은 일반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투자한 뒤 수익을 추구하는 경제 주체로 분류된다. 기업의 자금 조달이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 등에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이 부족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국내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2015년 4.7% 성장했지만 지난해 -2.3%로 역성장했다. 이는 불황에 기업들이 잔뜩 움츠러들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산업의 업황이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며 “이 탓에 일반 기업뿐만 아니라 한국전력, LH 등 공기업을 중심으로 채권을 순상환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 노력이 나왔다. 이러한 영향 등이 기업 순자금조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전체적인 장기차입금은 줄었지만 단기 차입금이 늘면서 기업들의 상환 부담은 확대된 모습이다. 지난해 기업들의 단기 차입금 조달액은 16조3000억원으로 2015년 4조2000억원에서 14조1000억원 증가했다. 이 자금들은 1년 이내 갚아야하는 금액으로 기업 소득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기업들의 자금 상환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한편 지난해 가계·비영리단체 순자금운용액은 70조5160억원으로 전년(94조2440억원)보다 축소됐다. 주택 구입 증가 등의 요인으로 자금조달 규모가 2015년 128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143조원으로 늘어난 영향이 컸다. 반면 정부는 세수증가로 인해 순자금운용 규모가 2015년 20조1190억원에서 지난해 34조9900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기업들이 자금 조달을 줄이면서 1972년 이후 순자금조달이 최저치를 나타냈다. /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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