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동영상’ 연루 누명 벗었으나 과감한 투자 힘들어

지난 2014년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구급차에서 내리고 있다. / 사진=뉴스1

얼어붙었던 CJ에 봄이 오고 있다. 이건희 동영상 사건과 관련해 완전히 누명을 벗은 데다 총수 사면을 겨냥한 검찰 발 칼바람도 멎을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다만 본격적으로 그룹이 기지개를 펴기 위해선 이재현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의 복귀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CJ는 박근혜 정권 4년 간 그야말로 암흑기를 보냈다. 계속되는 세무조사, 검찰수사에 시달렸고 이재현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은 병석에 드러누웠다. CJ에서 만든 영화들이 입맛에 맞지 않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이미경 부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났으면 좋겠다”며 CJ를 압박했고 이 같은 압박은 투자 감소로 이어졌다. 2012년 2조9000억 원이던 CJ그룹 투자액은 2015년 박근혜 정권 3년 만에 1조7000억 원 으로 1조원 이상 줄었다. 

비록 박근혜 정권이 탄핵으로 막을 내리고 당시 핵심 권력들이 모두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도 CJ의 수난은 계속되는 듯 했다. 최순실 관련 재단에 돈을 출연했는데 이재현 회장이 과거 사면을 받은 것이 문제가 됐다. 재계에선 SK, 롯데에 이어 CJ까지 검찰 수사가 뻗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수사대상으로 거론되는 기업 중 CJ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우선순위 상 후순위에 속하기 때문이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삼성 이후 면세점 쪽으로 수사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데 CJ 사면 관련 수사는 그 뒤가 될 것”이라며 “경우에 따라선 면세점 의혹에서 뇌물죄 수사가 마무리 될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면세점 선정 과정 의혹은 사면과 달리 박근혜 정권에서 일어난 특별한 사건으로 꼽혀 사면보다 구체적 혐의 및 대가성 입증이 어렵지 않을 수 있다.

◇ “과감한 투자 위해선 이재현 회장 복귀해야”

CJ는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이건희 동영상’ 문제와 결별했다. 동영상 촬영 시기가 고 이맹희 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유산상속 분쟁 기간이고 일당 중 CJ 직원이 포함돼 있는데다 이 직원이 당시 CJ 재무팀 인사를 접촉했던 정황 때문에 검찰은 영상 촬영에 CJ가 연루됐을 가능성을 의심했다. 하지만 동영상 일당이 CJ를 접촉해 동영상을 팔려고 했으나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CJ는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상황’을 모면하게 됐다.

이처럼 마지막 꽃샘추위를 견디고 있는 CJ가 슬슬 봄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CJ는 지난 7일 총 70명을 승진시키는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그동안 CJ는 신규 승진임원 규모를 2014년 20명, 2015명 13명, 2016년 33명만 내는데 그쳤지만 올해는 규모를 늘렸다.

다만 이재현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이 계속 공백상황이라는 점은 CJ로선 향후 해결해야할 과제다. 비록 이재현 회장의 장녀 이경후 CJ 부장이 상무로 승진하긴 했지만 아직 세대교체는 시기상조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이경후 부장의 임원 승진을 놓고 3세 경영을 논하는 것은 너무 앞서나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경후 상무는 작년 1월부터 미국지역본부 통합마케팅팀장을 맡아 미주시장 확대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CJ측에 따르면 이재현 회장은 현재 병석에서 그룹 관련 주요 이슈를 보고 받고 있지만 대외 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CJ관계자는 “기본적 그룹 운영은 문제가 없지만 과감한 투자는 힘든 상황”이라며 이재현 회장 복귀 필요성을 강조했다.

활동적인 이미경 부회장의 공백도 CJ로선 또 다른 손실이다. 이미경 부회장은 2014년 다보스 포럼에서 글로벌 기업인들에게 CJ그룹의 한식 세계화와 K팝 관련 사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리며 행동형 CEO로 주목 받았다.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시기를 사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후 이재현 회장과 마찬가지로 병환 중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손경식 CJ회장이 그룹 내부 우려와 달리 젼국경제인연합(전경련) 회장 자리로 가지 않고 그룹을 집중적으로 챙길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관리형 리더’인 그의 특성 상 과감한 투자는 이뤄지기 힘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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