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 예정일 지연으로 고객 인도일 몰라

한국GM 전기차 볼트EV의 계약 당첨자들이 속앓이하고 있다. 추첨을 통해 사전 계약자를 선정했으나 당초 4월로 예정된 차량 인도 시기는 경우에 따라 내년까지 미뤄질 예정이다. 이에 볼트EV 사전 계약 당첨자들은 12대1까지 치솟았던 추첨 경쟁률을 뚫어냈음에도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게 됐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이 올해 공급 예정인 볼트EV 380대의 완성 예정일은 5월부터 12월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볼트EV가 미국 미시간주 오리온 공장에서 생산해 한국으로 들어온다는 점을 고려하면 완성 예정일 이후 고객 인도까지는 더욱 긴 시간이 지연될 전망이다. 한국GM이 4월부터 순차적으로 차량 인도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 것과 대조된다.

자동차 업계 한 전문가는 “한국GM은 볼트EV 출시 당시 전기차 시장 게임 체인저가 되겠다고 선언했지만, 정착 올해 공급 물량은 380대에 불과했다”면서 “이마저도 고객 인도 시기에 대한 고려 없이 일괄 계약에 나서면서 인도 지연을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국에서 생산한 차량이 국내로 선적돼 이동하는 시간만 고려해도 한 달은 소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GM이 올해 볼트EV 초도 물량 380대를 전체에 대한 전면적인 계약 접수에 나서면서 고객 인도일이 지연되고 있다. / 그래픽 = 조현경 미술기자

◇ 계약 확정됐지만, 보조금은 ‘글쎄’

문제는 고객 인도 시기가 지연되면 볼트EV 계약 확정자라고 하더라도 전기차 구매 보조금 혜택을 받기 어려워진다는 데 있다. 환경부가 전기차 구매 계약 체결 후 2개월 이내에 차량을 인도받지 않으면 보조금 지급 대상자에서 취소한다는 방침을 정해두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한정된 예산 내에서 보조금 실수령자를 늘리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에 볼트EV 계약 당첨자들은 전기차 구매를 앞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차량 출고 일을 알 수 없어 전기차 보조금 예산이 소진되는 상황을 지켜만 봐야 하는 상황에 부닥했다. 실제로 전기차 보조금은 지난 1월 25일 신청을 받기 시작 이후 3주 만에 1200대를 넘어서는 등 빠르게 줄고 있다. 전기차 보급 사업에 나선 34곳 지자체는 이미 전기차 보조금 신청 접수가 마감됐다.

대구광역시에 거주하는 김아무개씨는 “볼트EV 당첨은 됐지만, 대구는 이미 전기차 보조금 신청이 마감돼 이대로라면 4779만원을 모두 내고 사야 하는 상황”이라며 “전기차 보조금 지급 가능 대수가 1500대에 달했던 대구의 전기차 보조금 접수가 끝났다는 말은 다른 지역의 상황은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아무래도 계약을 취소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GM은 전기차 보조금 예산 추가 편성 가능성을 기대하는 모양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배종우 대구시청 미래형자동차과 주무관은 “공공부문의 승용 전기차 보급대수 69대를 제외한 전부가 27일을 끝으로 마감된 이후 보조금 신청 대기자만 200명을 넘어선다”면서 “예비접수에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추가 예산을 통한 보조금 지급은 없을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 계약 취소냐, 구매냐 진퇴양난 빠진 소비자

부산광역시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 부산광역시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 가능 대수는 300여대 정도에 불과한 탓이다. 부산시청 관계자는 “500대 보급을 목표를 전기차 보조금 신청 접수에 나섰다”면서 “2개월 사이 이미 200대에 대한 신청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이에 부산에 거주하는 볼트EV 당첨자는 계약 취소도 못 한 채 전기차 보조금 소진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올해 민간인 대상 전기차 보급 목표가 각각 3400여대와 7300여대에 달하는 서울특별시와 제주시를 제외한 지역의 대부분 볼트EV 당첨자들이 한국GM의 일방적인 판매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일부 전기차 동호회는 한국GM의 사과를 요구하는 항의서를 제출하는 한편 공정거래위원회에 소비자 피해 구제를 요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동호회를 운영하는 최아무개씨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 신청은 거주 지역을 기준으로 이뤄지지만, 한국GM은 계약 확정을 대리점 주소를 기반으로 진행하는 등 하나부터 열까지 허술하고 불합리하다”면서 “한국GM에 공식적인 사과문 및 재발 방지에 대한 대책을 지속해서 요청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GM은 환경부의 올해 전기차 보급계획에 맞춰 지역별 차등 보급을 시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순수 전기차 볼트EV의 내년 보급 물량을 확대해 고객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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