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제 시행 이후 월별 0~1건 거래 수준··· 여의도·목동 등도 비슷
중저가 시장이 이끄는 시장 속 횡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최근 3개월 거래량 추이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서울 강남권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인 압구정동이 싸늘하게 식었다. 불과 석 달 전만 해도 80평이 80억원에 실거래되면서 국토교통부까지 조사에 나서는 등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분위기와는 정반대다. 거래량이 바닥을 치자 일부 공인중개업소는 긴 시간 자체 휴업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26일 기준) 압구정동 전체 단지 가운데 거래된 아파트 거래량은 총 1건에 불과하다. 이달만 거래량이 유독 축소된 것은 아니다. 지난 4월 한달 동안 33건의 손바뀜이 성사됐으나 5월에는 거래된 아파트가 한 건도 없었고, 6월에는 한 건만 이루어졌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 통계에 따르면 제도 시행 직전인 4월 26일 482개였던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 매물 수는 현재 242개로 대폭 감소했다.

이는 서울시가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4월 말 압구정동을 여의도동, 목동, 성수동과 함께 토지거래허가제로 지정한 영향이다. 실제 압구정동보다 분위기는 낫지만 여의도와 목동 등도 거래량 추이가 비슷하다. 여의도동에서는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42건→7건→5건→1건으로 거래량이 축소됐다. 목동은 같은 기간 82건→56건→43건→15건이 계약됐다.

일각에서는 압구정동이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인 영향이 크겠지만 상승분 반영이 끝나가며 매매가가 한계에 달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달 유일하게 거래된 압구정동 한양8차 전용 210㎡만 해도 66억원에 손바뀜이 이루어졌는데, 이는 1년여 전 나온 전 고가에 견주었을 때 18억 원이나 오른 금액이기 때문이다.

다만 추가 매수자가 붙지 않으면서 거래량은 급감했지만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은 적다. 최근의 서울 부동산 시장은 노·도·강(노원, 도봉, 강북구) 등 중저가 동네가 이끌고 있다. 강남과 매매가 역전은 생길 수 없으니 외곽이 치고 올라오는 한 가격하락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토지거래허가제는 단기차익 목적의 투기수요를 시장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허들 역할을 하지만 최소한의 투기적 과수요를 잡을 뿐 가격 안정을 견인하는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실제 거래량 자체는 급감했어도 거래가격은 신고가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7월 압구정 한양8차 전용면적 210.1㎡ 66억원도 이전 거래가격에 비해 가장 높은 값이었다. 이 같은 이유로 일각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투기수요 유입을 막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가격 안정에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전반적인 수요가 줄면서 호가를 낮춘 급매물이 나오기도 했으나 극소수였고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재건축 규제 완화 신호로 받아들인 집주인들이 호가를 낮추지 않고 있어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압구정의 최근 3개월 거래량은 서너건으로 기존 거래량의 5% 수준에 불과하지만 가격변동은 없다”며 “요즘 시장은 살 사람이 적어도 팔 사람이 더 적어 오르고 있고 당분간은 이같은 분위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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